밝은 글을 쓰고 싶은 생각 + 특정 대사를 쓰고 싶은 마음 + 냐한 브루스에 대한 욕망
을 가지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즐겁고 야한 글을 목표로 썼습니다.
짧은 글이에욬ㅋㅋㅋ근데 야하지가 않네..ㅇ<-< 허허
제목을 좀처럼 생각할 수가 없어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글 쓸때마다 느끼는 건데 정말 ㅜㅜㅜㅜㅜㅜㅜ누가 제목 좀 지어줬음 좋겠어요 엉엉
할뱃으로 이미 연인인 설정입니다
그저 평범한 날의 데이트가 될 수 있었던 날이다. 여기서 ‘평범’이라는 건 굉장한 의미다. 할 조던과 브루스 웨인에게는. 몸이 세 개라 해도 모자랄 살인적인 스케줄과 그만큼 긴박하고 압박적인 입장의 사람인지라, 일반 사람이 생각하는 평범한 데이트는 그들에겐 사치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 두 사람이 서로의 연인을 위해 사치를 부려보겠다, 라며 대단한 결심을 한 날이라는 것이다. 빌어먹게 바쁜 우주경찰의 일도 오늘 하루만큼은 할, 자신이 없이도 무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조치했고, 와치타워에는 고담에 일이 있다고 둘러대어(물론 할이) 그 바쁜 박쥐의 스케줄조차 비워 놨다. 이 하루의 시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몇 주간 눈치 보며 손이 발이 되도록 일한 덕분에 얻어낸 값진 날인 것이다. 물론 지구의 대위기가 일어난다거나 하는 큰 사고가 발생하면 이 데이트는 눈 깜박이듯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토록 허무하게 사라져 버릴 줄은 몰랐다. 고작 그런 이유로. 한적한 공원의 빈 벤치에 불량스러운, 할 자신이 생각하기엔 굉장히 남자다운 자세로 앉아. 이렇게 혼자 궁상떨고 앉아 있게 된 까닭을 되짚어봤다.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격하고 농밀한 스킨십으로 인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어느 오후, 성행위의 여파로 인한 뜨거운 기운이 만족감과 뿌듯함으로 몸을 채워 느긋한 마음을 갖게하는 그런 순간이었다. 달뜬 숨을 삼키며 열오른 피부를 가라앉히며 폭풍같은 쾌감의 여운을 즐기는 브루스를 보자 할은 제 욕망이 슬며시 장난스러움으로 전환하는 것을 느꼈다.
사실 처음부터 펠라를 할 생각은 없었다. 정사 후 특유의 나른함으로 늘어져 있는 그를 놀려주고 싶었고 또, 그 모습이 자극적이라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의 하반신을 애무하면서 단단한 허벅지에 입을 맞추다가 애무에 자극받은 듯 움찔하는 그의 것에 슬쩍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입술의 느낌에 박쥐가 놀랐는지 몸을 움찔댄다. 그 모습에 기묘한 충족감이 들어 그냥 입안에 물어버렸던 거다. 당황한 듯 헉, 하고 숨을 들이쉬는 박쥐가 귀여워보였다. 평소에도 좀처럼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고, 그것으로 참을 수 없을 때는 나지막하게 목에서 낮게 우는 그였다. 상당히 강한 반응을 내보이는 박쥐의 모습에 일부러 더, 보란 듯이 우물거리며 핥다가 결국 정신없이 빨게 되었지 뭐냐. 혈관이 도드라진 강한 손이 머리를 밀어내는 건지 잡아당기는 건지 알 수 없게 부들거리며 떨리고, 허리를 틀며 그 낮은 목소리가 탄성을 내지르는 것이 너무 야해서 그런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슨 제정신으로... 아, 사정하기 직전에 안 된다며 허벅지를 모으려고 조이는 것도 장난 아니었다. 그것 때문에 발딱 섰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니까. 어쨌든 그렇게 펠라를 하게 된 거다. 붉어진 얼굴로 제 분비물을 머금은 내 입을 노려보는 거에선 쾌감마저 느껴지더라. 입안의 것은 옆에서 뽑은 티슈에 뱉어내고 부들거리는 그 다리를 붙잡아 그대로 3차전에 돌입했다. 아무튼 간에 요지는! 내가, 이 할 조던이 그 브루스 웨인에게 친히 봉사를 해줬다는 거다. 심지어 입으로.
원래 인생이 다 그런 거 아닌가. 기브 앤 테이크.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어야 하고 준 것이 있으면 받아야 하는 법. 그래서 제안한 것이다. 또 한 번의 격한 운동으로 넉다운 되기 직전의 두 사내가 침대에 땀투성이로 늘어져 있는 그 오묘한 순간에, 넌지시, 아니 좀 직접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것을 물고 빨아주는 것, 사실 이건 일종의 성적 행위가 아닌가. 남자들 간의 섹스에서 그 행위는 어쩌면 삽입보다도 더 자주 일어난다고 했다. 물론 입으로 해주는 쪽은 약간의 불쾌감과 같은 감정이 더해질 수 있지만 받는 이의 입장에선 기분 좋은 애무이다. 그리고 제 것을 물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조금의 흑심도 있었다. 타인의 성기를 입안에 그득하게 담고도 과연 석고상처럼 무뚝뚝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얼음장처럼 시린 눈빛으로 시선을 맞추고 머리를 움직인다면 오랫동안 버틸 자신은 없다. 결 좋은 검은 머리칼을 손으로 헤집으며 강제로 잡아당겨, 그의 입 안으로 파고들고 싶었다.
아무튼 그러한 흑심으로, 입으로 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꼭 그 순간에 해달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이미 성적인 충족감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였으니까. 몸에서 베어 나온 땀으로 촉촉해진 피부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매만지며 그 느긋한 분위기를 즐기며 이야기했는데 이 무드 없고 냉담한 박쥐는, 싫단다. 마치 해서는 안 되는 더러운 짓을 들은 것처럼 눈을 찌푸리며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방금 전까지 그 행위덕분에 몸까지 붉게 물들이며 가버린 게 누군데!? 사람은 너무 황당하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한참동안 입을 벌리고 뜨악한 모습으로 있다가 어느새 돌아누워 버린 박쥐의 몸을 억지로 돌려 왜 싫으냐고 채근했다. 그에 딸려오는 대답이 이렇다, 해본 적이 없단다. 그 말에는 정말 허, 하는 허탈한 소리가 저절로 입 밖에서 나더라. 아니 그럼, 누구는 능숙해서 했냐. 지금은 비록 같은 걸 달고 있는 남자인 브루스 웨인과 몸을 섞고 그의 것을 빨 정도로 그와 깊은 성적인 관계를 나누고 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철썩 같이 스트레이트라고만 생각하던 할이다. 쭉쭉 빵빵한 미녀들과 데이트를 즐기고 성생활을 즐기던 건강한 사내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에게서 남자란 저 심술 맞은 박쥐가 처음이라는 거다. 결국 남자와의 섹스도 펠라를 한 것도 모두, 박쥐가 첫 경험이다. 그런데 박쥐는 그 진한 스킨십을 그 이전에 해 본적이 없어서 하기 싫단다. 핑계다. 그것도 전혀 설득력 없는.
질척한 쾌감을 느낄 수 없다는 실망감보다 알 수 없는 짜증이 가슴 속에 들어찼다. 더 이상 침대에 누워있고 싶지 않아 졌다. 벌떡 일어나 속옷을 끼워 입고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긴다. 그 모습을 본 박쥐도 일으키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뭐라 했다. 그 내용이 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아무튼 몹시, 기분이 나빴다는 것은 확실했다. 퉁명스러운 소리가 서로를 오가고 할은 재킷을 걸친 채로 브루스가 있는 호텔 방을 혼자 나가버렸다.
이제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그때 갑자기 방을 나가버린 것은 확실히 잘못했다. 그래, 자신의 행동이 지나치게 과민반응 이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건 순전히 충동적인 것이었다. 제 가슴속을 까맣게 채운 케케묵은 불만들이 고여 조악한 불평을 하게 만든 것이다. 유치한 불만들, 남부끄러워 말하지 못할 하찮은 열등감과 같은 그것들을 할 자신도 인식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일방적인 짝사랑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작은 서러움과 같은 감정.
할 조던이 그에게 먼저 감정을 품었다. 어느순간부터 그 까만 뒷모습을 남몰래 계속 들여다보게 되고 빌런들과 싸울 때도 언제부턴가 그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 눈 밖으로 벗어나면 모습이 궁금하고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 이상하게 신경이 거슬린다. 그 감정의 정체를 스스로가 알아차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제가 감정을 인정했을 때, 그동안 흘려보냈던 무수한 시간들이 이해되고 포용되었다.
인정하고 나서는 오히려 편했다.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박쥐에게 부지런히 접근하고 여전히 사이가 안 좋은 것처럼 보이는 그 거리를 꾸준히 좁혔으며 마침내, 그와 연인이 된 것이다. 부끄러워 시선을 맞추지도 못한 채로 서툴게 그의 손을 잡고 걸었던 길이 생각난다. 입 맞추고 싶어 일부러 그를 끌고 갔던 와치타워의 창고의 번호를 아직까지도 기억한다. 그가 거부할 까봐 두려워 불안함에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그의 피부를 쓸던 첫 밤의 기온이 얼마나 낮았는지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그와 부딪히고 얽히는 모든 순간들을 아무리 떠올려 봐도, 항상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자신이었다. 그 박쥐가 먼저 저를 이끈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감정표현 잘 안하고 무뚝뚝한 그 녀석이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뜨거운 피부가 몸에 닿을 때면 안심이 되었고 창백한 피부가 붉어지는 모습을 보면 박쥐가 날 사랑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절대로 묻지 않았다. 사실 못했다. 혹시, 그 수동적인 태도들로 나에게 뭉근하게 돌려 말하던 것이 아닐까. 차갑고 냉정한 카울 뒤로 동료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이 동정심으로 발현된 것 일까봐.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리고 싸우던 관계에서 이제 저 없이는 못살 것처럼 짱알거리며 달라붙는 사람을, 차마 떼어내기엔 귀찮아서 머물러주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절대로 물을 수 없었다.
너는, 정말 나를 사랑 하냐고.
땅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비참하고 궁상맞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자라난다. 이래서 사람은, 생각이 많아선 안 된다. 평소에 안 하던 사람이라면 더욱. 제가 했던 그 침침한 생각들이 공기 중에 녹아버리기를 기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사실은 제가 잘못했다고 느낀다. 그를 혼자 두고 나와서는 안 되었다. 경험에 실패한 10대 소년처럼 상대방에게 화를 내어서도 안 되었다. 다 자기 잘못이다. 쓸데없이 화를 낸 것과 일단 입 밖으로 나간 말로 인해 이틀간 연락조차 없고 오랫동안 기다렸던 휴가 날까지 혼자 있어야 한다는 대가는 지나치게 쓰다. 덕분에 자동으로 반성하게 되나보다. 뭐 어쩌겠냐. 펠라를 해주든 안 해주든 간에 제가 박쥐를 좋아하는 사실은 변함없는데. 언제는 손 한번 잡아보고 싶어서 그 주변을 몇 바퀴 맴돌던 자신인데. 아무튼 간에 꼬리를 내리고 박쥐를 찾아가야 하는 것은 자신이다. 사실 그 무뚝뚝한 박쥐는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서 요 며칠 혼자 둔 것도 크게 불안하던 차이다. 다들 말은 안하지만 할이 박쥐 손을 잡고 와치타워에 나타났을 때 이를 갈고 밤잠을 못 잤을 이도 몇 명 있을 거란 말이다. 특히 허구한 날 뱃케이브에 얼굴 내미는 파란 외계인과 남자를 모르고 자란 어느 섬의 공주님의 눈빛은 이글이글 장작불처럼 타오르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박쥐를 제가 가졌다는 성취감에 신나게 웃던 날이 떠오른다. 시간은 많이 지났을지 몰라도 그날의 감정은 여전하다. 오히려 진하면 진했지 절대로 퇴색되지 않았다. 자신을 그토록 어리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들던 그 남자가 보고 싶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 그를, 언제나처럼 먼저 찾아가야 할 시간인 듯싶었다.
그전에 일단, 배 좀 채우고.
한참 머리를 썼더니 배가 고프다. 불편한 벤치에 지나치게 오래 앉아 있었는지 엉덩이도 저렸다. 맞은편 길가에 세워진 트럭에서 소시지를 굽는 냄새가 여기까지 퍼지는 듯 했다. 전에도 몇 번, 사먹은 적이 있는데 맛이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두 개정도 사와서 씹고 있으면 배는 금방 채워지리라. 할은 벤치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고 저벅저벅 걸었다.
아침 일찍부터 이것저것 세워있던 일정들은 오후 1시가 지나도록 계획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사실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놨던 괜찮은 식당의 메뉴를 떠올리며 투박한 상자에 담긴 핫도그 두 개를 건네받을 때였다. 자신이 한참을 앉아있던 그 벤치에,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나무색이 드러난 싸구려 벤치를 빈티지로 탈바꿈 시키는 세련된 남자가 앉아있다. 거스름돈까지 마다하고 성급하게 그 벤치로 돌아갔다. 슬쩍 꼰 다리나 젤을 바르지 않아 나풀거리는 머리칼이 너무 반가워 심장이 쿵쿵 뛰는데 덤덤한 척 옆에 앉았다.
안 본 사이에 저 박쥐는 뭘 먹었는지 더 빛이 난다. 내리 깐 파란 눈을 흘깃 보고, 시선이 마주칠까봐 괜히 상자를 열며 부시럭 거렸다. 의외로, 입을 먼저 연 것은 박쥐였다.
“이틀 전에..”
“됐고, 이거나 먹어라.”
반쯤 뜯어낸 핫도그 상자를 그에게 넘겼다. 대뜸 넘겨진 상자를 받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그에게 보란 듯이 핫도그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우물거리는 할의 입을 한참동안 노려보는 박쥐에게 정말 대인배의 마음으로 무슨 일 있었냐는 듯이 이야기한다.
“그 날 있었던 일은 그냥 다 잊자. 내가 괜한 말을 했어. 신경 쓰지 마.”
“뭐?”
제가 한 말로 그 날 있었던 모든 것을 다 치우고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다 믿은 할은, 시크하고 쿨하게 일을 처리한 제 언변을 뿌듯해하며 핫도그를 또 한 입 먹었다. 그리곤 서둘러 머릿속으로 계획했던 일정을 훑었다. 핫도그를 하나씩 먹는 것으로 대충 식사는 뛰어넘고 그 다음 이동할 곳을 떠올리는 탓에 브루스가 흠, 하고 의미심장한 소리를 낸 것을 듣지 못했다. 할이 브루스의 행동에 시선을 돌린 것은 그가 그 긴 손가락으로 핫도그에서 소시지만을 빼내었을 때였다. 입맛 까다롭긴, 길거리 빵은 싫다는 거냐. 라며 브루스의 빵을 뺏어들려는 차에 그대로 몸을 굳혔다.
핫도그용 특제 소시지를 한손으로 느긋하게 쥐고 끝에서부터 케찹을 핥아 올리는 브루스의 행동은, 분명히 무언가를 닮아있었다. 붉은 혀가 날름거리며 소시지의 표면을 촉촉하게 적시다가 하얀 치아로 소시지의 중간을 살짝 자극할 때는 꿀꺽하고 침이 삼켜졌다. 뭐 이런 야한 박쥐가 다 있냐. 마치 제 몸의 일부가 그의 손에 붙들려 있는 소시지가 되어버린 듯한 착각에 휩싸여 점점 더워진다. 차분한 파란색 눈을 내리깔고 소시지를 문 입으로 작게 내쉰 한숨이 귓가를 가득 채워 심장을 멍멍하게 울렸다. 잠깐 소시지를 입에서 빼어낸 브루스가 입가에 묻은 케찹을 혀로 핥았다. 그리곤 붉은 빛깔의 기다란 소시지를 천천히 입안에 밀어 넣다가, 그 장면을 뜨거울 정도로 바라보는 할을 쓱 보고는 우악스럽게 소시지를 깨물어버리더라. 마치 무언가가 잘리기라도 하는 듯한 두려운 장면에 할은 몸을 움찔하다가 들고 있던 제 몫의 핫도그를 옷에 떨어뜨렸다. 허둥지둥 바지를 보다가 그사이를 못 참고 욕망을 품어버린 제가 민망하여 자세를 고쳐 앉았다. 괜히 옷에 묻은 케찹을 탓하는 것처럼 옷을 털어대는데 싸늘한 시선이 느껴진다. 분명 눈치 빠른 박쥐는 다 보았을 것이다.
어느새 제 몫의 소시지를 다 먹은 박쥐가 손가락에 묻은 소스를 손수건으로 깔끔하게 닦아버리더니 그 손수건을 던져준다. 몹시 비쌀 거 같은 손수건이지만 할은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옷을 문질렀다. 저 박쥐 물건치고 안 비싼 게 어디 있더냐. 비싼 손수건에도 지워지지 않고 붉게 번져버리는 케찹을 보고 박쥐가 심술 맞은 소리를 한다. 칠칠맞단다. 이게 다 누구탓 인데!
“그 옷을 입고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야!! 잠깐!!”
혼자 훌쩍 일어나버리는 박쥐의 옷을 급하게 잡아당겼다. 혹시 정말 이대로 끝인가, 오늘 데이트가 이걸로 끝? 벤치에서 10분 핫도그 먹은 거로?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데!! 쿨하고 멋진 모습을 보이기로 결심 한 것은 금세 저 멀리 사라져 버린 지 오래, 그대로 가버리는 거냐고 소리 질러대는 할을 보며 브루스가 흠, 한숨을 쉬었다. 재킷이 당겨진 채로 할에게 몸을 기울이며 촉촉해진 입술이 말한다.
“빨아줄 테니까 걱정마.”
...대체 뭘?
상황에 어울리는 것은 케찹에 형편없이 물든 제 옷이 분명한데도 자꾸 다른 것을 떠오르게 하는 문장이 할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 좀처럼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제 소유의 호텔로 향하는 브루스를 따라잡으려고 허둥지둥 쫓아갈 뿐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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