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입니다. 중간에 잠깐 아히루 요소 포함되어 있어요 +_
근뎈ㅋㅋㅋㅋㅋ 끝 부분이 맘에 안 들어요.......ㅇ<-< 아씨ㅠㅠ 그데 후다닥 쓰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서둘러서 완결 내고 싶어서 그런지ㅠㅠ 우우
뿌옇게, 공간이 우유처럼 뿌옇다. 그 공간에, 언제 나와 똑같은 모습의 그가 서있다. 염색이 정말 잘 되어 자연스러운 금발과 하얀 피부. 조금은 사납게 치켜 올라간 눈썹과, 그 밑에서 반짝이는 녹색 눈동자. 아니, 생각해보니 평소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얼굴인거 같기도 하고. 하얀 교복 셔츠를 입고 있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굉장히, 부드럽게 미소 지어서, 심장이 쿵, 하고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그리고 갑자기 그 가는 손가락을 움직여서 천천히 단추를 하나씩 풀어버린다. 셔츠를 벗어 아무렇지도 않게 벗어 던지고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마냥 미소만 짓고 있다. 조금 근육이 붙은 마른 몸은 남자치고 가늘고 하얗고, 교복바지만을 입은 체 서 있는 그는 뭐랄까, 상당히 묘한 분위기다. 두드러진 쇄골 뼈가 예쁘다는 생각을 하면서 바라보는데 갑자기 한 발짝, 한 발짝씩 다가온다. 미소 짓던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면서 무언가를 속삭이려 하는데, 잘 들리지가 않는다. 살짝 심장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좀 더 신경 써서 귀를 기울인다. 좀 더 크게 말해봐, 잘 안 들린다고 히루마.
"쥬몬지!!!!!!!!!!!!!!!!!!!!!!!!!!!!!!!!!"
"엑!?"
바로 귓가에서 터진 고함에, 쥬몬지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버렸다. 여긴 어디지, 라며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의 머리위로,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진 '사랑의 매'가 자비심 없이 내리쳐졌다. 자신의 수업시간에 자다가 무슨 꿈까지 꾸는지, 이렇게 깨워도 깨워도 안 일어난 학생은 네가 최초라며, 흥분해서 침을 튀기며 열심히 분노하는 선생님에게 그 후로 세대 정도 더 얻어맞고는, 복도에 서 있으라는 명령에 의해 조용히, 교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의외로 얌전하게 벌을 받아들이는 쥬몬지의 모습에 의아해 한 것은 오히려 그의 절친한 친구들인 쿠로키와 토가노로, 왜 선생이 오기 전에 안 깨웠냐는 쥬몬지의 볼멘소리가 없는 것에 의아함을 느낀다. 무슨 일이 있었나?
연속으로 가격되어 욱신거리는 머리를 슬슬 매만지며, 쥬몬지는 멍하게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응시했다. 대체 뭐지 그 꿈은. 통증이 이어지는 고통보다, 조금 전까지 이어진 이상한 꿈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왜 히루마가 내 꿈에 나오냐고. 게다가 왜 옷은 다 풀어헤치고...
머리를 요란하게 벅벅 긁었다. 대체 요 근래 왜 이러는 걸까. 쥬몬지는 한숨을 길게, 그리고 깊게 내쉬었다. 혹시 정신이 나간 거 아닐까, 이런 요상한 꿈이나 꾸고. 그래, 그때부터 이상했다고. 왜, 조용히 자고 있는 녀석한테 키스를 하냐고. 뭐에 굶주린 사람도 아니고 더구나, 그 녀석은 남잔데.
며칠 전에 저지른, 자신의 부끄러운 행위가 떠올라 순식간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미치겠네, 작게 중얼거리고는 쥬몬지는 바지 주머니의 담배를 확인했다. 덩그러니, 꽂혀있는 마지막 담배를 아쉽게 보고는 빈 복도를 걸었다. 어차피 교실 밖에 있으라고 했으니까 잠깐 담배 하나 피고 오는 것은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며.
+
여유 있게 계단을 탁탁, 내려가 학교 건물을 빠져나왔다. 다들 한창 수업중이라 조용하다. 체육수업이 있는 클래스도 있을 텐데, 오늘은 체육관에서 수업을 하는 듯 운동장마저 비어있고. 이런 대낮에, 수업 중이라서 온 학교가 조용한 것도 뭔가 모순이라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걸었다. 평상시에는 담배 필 때는 옥상에 갔지만 왠지 오늘은 옥상이 가고 싶지 않다.
쥬몬지는 인기척이 없는 건물 뒤편에 자리를 잡고 담배를 물었다. 오랜만에 도넛이라도 만들어 볼까, 뿌옇게 흩어지는 연기를 바라보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빨간 불이 담배의 하얀 몸통을 까맣게 그을린다. 깜빡이는, 선명한 불빛 안에서, 꿈에서 보았던 그가, 다시 떠오른다. 하얀 상체를 드러내고 언제나처럼 입술을 올리고 웃었다. 그 붉은 입술로, 무엇을 말하려 한 것일까. 그것이 몹시 선정적이었다고, 꿈에서 깬 직후 까지도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야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담배를 쥔 손가락에서 따끔, 하는 고통이 느껴졌다. 짧게 비명을 내지르고 고통이 느껴지는 손가락을 문질렀다. 정신을 놓고 담배를 들고 있는 사이에, 담배가 다 타버려 손을 데인 것이다. 제길, 쥬몬지는 멍청한 자신을 욕하면서 작은 화상에 놀라는 사이에 떨어뜨린 기다란 담배를 아쉽게 쳐다봤다. 아직 한참 남았는데, 이런 무슨 바보 같은 실수를, 이게 다 그 히루마 때문이다. 데인 부분에 임시 처방으로 침을 바르면서, 괜히 남에 꿈에 나타나 자신을 싱숭생숭 하게 만든 그를 탓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혼자 있을 때, 히루마를 떠올리는 일이 잦다.
조금 멍하게, 왜 일까, 그 이유를 고민해 보려다가 다시 머리만 아파졌다. 이게 뭔 꼴이야, 중얼거리고는 주머니의 빈 담뱃갑을 다시 확인하고는 꾸겨서 던져버렸다. 담배가 필요하다. 혹시라도 동전하나 있지 않을까 주머니를 샅샅이 뒤지고 작게 신경질을 내다가, 동아리 실의 사물함에 옷을 갈아입다가 떨어뜨린 동전을 대충 쑤셔 넣어 놓았던 것을 기억해내고는 곧장 동아리 실로 향한다. 그 기억을 떠올린 스스로를 속으로 칭찬해주고는,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담배 자판기의 위치를 떠올리면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틀림없이, 비어있어야 할 동아리 실은 오늘도 비어있지 않았다. '그 때' 와 같이 누군가가 자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약간은 시끄러운 말소리가 열린 동아리 실 문 틈을 비집고 나왔다. 익숙한 목소리와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가 섞여 있는 탓에, 쥬몬지는 숨소리를 죽이고 조금 열린 문틈으로 목소리의 주인을 살폈다. 분명, 익숙한 목소리는 히루마다. 히루마라면 걸리지 않고 탈의실에서 동전만 가지고 빠져나오는 건 무리인데, 라고 살짝 고민을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처음 듣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보였다.
언제 나와 똑같이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는 히루마옆에 어떤 남자가 서있었다. 분명히 가격이 굉장할, 까맣게 코팅된 선글라스가 보이고, 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드래드가 눈에 들어왔다. 쥬몬지의 눈이 놀람으로 인해 커졌다. 콘고 아곤, 운동신경이 굉장한 미식축구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지만, 쥬몬지에겐 그 사실보다 먼저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와 닿았다. 아곤은, 얼마 전까지 쥬몬지와 친구들이 속해있던, 뒤쪽 세계에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분명 최근에도, 조쿠토의 오토바이 부대를 단독으로 격파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값비싼 명품 옷 밑으로 보이는 단단하게 단련된 체격이라던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압박감이, 어느새 쥬몬지는 얌전히 교실로 돌아가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했다.
왜 히루마가 저런 녀석을 알고 있고, 이런 대낮에 동아리 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인물이 얽혀 있는 것에 섣불리 참견했다가는, 좋은 꼴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되짚으며, 시선을 떼고 돌아가려는 순간, 안쪽에서 크게 소리가 났다.
아곤이 히루마의 노트북을 덮어버렸던 것이다. 아직 악마의 악명을 모르는 건가, 자기가 한 행동도 아니면서 괜스레 땀을 흘리고, 그러지 말라고 말려주고 싶은 쥬몬지였다. 그의 행동에 불쾌한 듯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 히루마를 내려다보며, 오히려 아곤이 큰 소리를 낸다.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냐, 이 쓰레기 자식! 앙?"
"빌어먹을 드래드, 하나도 안 듣고 있으니까 손 치워."
히루마의 말에 폭발해버렸는지, 왼 손으로 벽을 냅다 갈겨버렸다. 우와- 엄청난 소리.. 손은 안 아프려나, 라며 쥬몬지가 쓸모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아곤이 또 시끄럽게 외친다.
"기다려봤자, 안돌아 온다고 그 쓰레기 자식은!! 그렇게 머리가 굳어버렸냐, 쓰레기!?"
기다려? 누구를?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악마가, 악마 히루마가 기다리는 사람? 뭔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불쾌하게 심장을 눌러온다. 상대가 아곤과 히루마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그게 누구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아곤의 말에, 평소의 포커페이스와 약간 다른, 미묘하게 굳어진 히루마가 살짝 입가를 올렸다.
"..남의 일에 신경 끄셔, 빌어먹을 드래드."
"..이 쓰레기 자식이!!"
히루마의 노트북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히루마가 노트북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전에, 아곤의 두 손이 멱살을 잡고 벽으로 강하게 밀쳐, 반항할 틈도 없이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로, 벽에 밀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당황한 쥬몬지가 끼어들 틈도 없었다. 한 눈에 봐도 확실한 두 사람의 체격차로 보아서는, 일방적으로 히루마가 당하기만 할 것이다.
싸움을 하면 출전 정지가 된다는 사실이 머리를 강하게 치고 지나가,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처럼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은, 히루마가 맞지 않도록, 어떻게든 아곤을 말려봐야 겠다고 판단한 쥬몬지가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순간, 얼굴이며 몸이 굳어버렸다. 아곤이, 히루마의 멱살을 잡은 채로, 그에게 입을 맞춘 것이었다.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쥬몬지는 동아리 실문을 박차고 들어가 아곤에게 주먹을 날렸다.
+
"바보 같은 짓을 했군."
나도 알고 있다고,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바로 앞에 마주 앉아 있는 히루마에게도 겨우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 그런 쥬몬지가 우스운 지, 언제나처럼 웃음을 흘리고는, 불친절하게 하얀 소독약을 찢어진 그의 입가에 문질렀다.
"아, 아프다고!!"
"킬킬, 주제도 모르고 덤빈 탓이지. 교훈으로 삼으라고."
눈이 돌아갔다고 해야 하나, 아곤이 히루마에게 입을 맞추는 순간, 싸우면 출전 정지가 된다는 사실이고 뭐고,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단숨에 뛰어들어 기세 좋게 주먹을 날린 것 까지는 좋은데, 중요한 것은 명중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
분명히, 뺨에 정통으로 꽂혀야 할 쥬몬지의 주먹은, 허공에 휘둘러졌다. 쥬몬지를 보자마자, 경악할 수준의 순발력으로 히루마를 밀쳐 공간을 확보하여 그의 주먹을 피하고는, 곧장 강한 발차기로 쥬몬지의 명치를 호되게 걷어차 버렸다. 쥬몬지는 책상에 등을 심하게 부딪히고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비록 맞지는 않았지만, 쥬몬지의 공격에 아주 성질이 단단히 났는지, 아곤은 쓰러진 쥬몬지를 아주 밟아 놓을 듯한 기세였다. 남의 선수에 손을 댈 생각이냐며 비꼬는 히루마의 말에, 아곤은 욕지거리를 던지며 쥬몬지의 얼굴에 주먹을 한 방 휘두르는 것으로 분풀이를 대신하고는 그대로 동아리 실을 나가버렸다.
덕분에 천하의 콘고 아곤에게 맞섰지만, 쥬몬지는 입술의 가장자리가 터지고 그의 발차기 공격에 명치를 맞아서, 쓰러진지 한 참을 움직이지 못했지만 어쨌든, 큰 부상은 없었다. 분명히 멍이 들었겠지, 아직도 고통이 밀려오는 명치를 슬슬 문지르며, 쥬몬지는 입가의 상처를 얌전히 히루마에게 내맡기고 있었다.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거칠고 비꼬는 말임에도, 상처를 치료해 주는 손길은 은근히 섬세하다. 그 괴리감에 당황하다가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항상 그렇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번 비꼬는 말, 무시하는 말을 던지면서도 끊임없이 응원해준다. 격려해준다. 그렇게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가혹한 연습 중에, 심장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시합중에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의지가 되었는지 모른다.
넋을 놓고 있다가, 히루마의 얼굴이 매우 가깝게, 정면으로 자신과 가까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하다가 결국 바닥에 덩그러니 내려져 있는 구급상자만 하릴없이 쳐다보게 되었다.
"다 됐다. 어디 가서 싸웠다는 말했다간 죽음이다."
"그런 말 안한다고. 그보다.."
기다리고 있다는 사람이 누구야? 라는 질문이 목구멍까지 치달았다. 이런 쓸모없는, 전혀 자신과 관계없는 그 것이 왜 궁금한지 모르겠지만 알고 싶다. 대답, 해주지 않겠지. 생일이며 혈액형 하나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사람인데, 상당히 심각해 보이는 일인데, 이야기 해줄 리가 없다.
쥬몬지의 뒷말엔 관심 없다는 듯이, 히루마는 몸을 일으켜 아곤 때문에 바닥에 내팽개쳐진 노트북을 들어올렸다. 빌어먹을 드래드 자식!! 세이브도 안했었는데, 다 날라 갔잖아!! 라며 알아듣지 못할 몇 마디의 욕을 뱉고는, 의자를 끌어다가 다시 앉았다. 무릎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다시 알 수 없는 작업에 열중하려던 히루마를 멍하게 쳐다보다가.
그대로 내뱉었다.
"겐이 누구야?"
살짝, 히루마가 굳어버린 것 처럼 보인 것은, 한 대 맞은 사람의 눈이 잘 못 된 것이었을까. 노트북에 향해있던 시선이 천천히, 쥬몬지에게 옮겨 갔다. 미간이 찌푸려져 있다. 웬만큼 불쾌할 때에도 미소를 잃지 않던 히루마이기에, 이런 표정은 처음 본다. 뭔지는 몰라도, 직구, 라는 건가. 이상한 씁쓸함을 느끼며 다시 한 번, 천천히 물었다.
"겐, 이라는 사람이 누구냐고."
"어디서 들었냐, 그 이름은."
키스할 때, 네 입에서. 라는 말은 절대 못하지. 쥬몬지는 그냥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냥, 어쩌다 보니, 라고 얼렁뚱땅 넘겼다. 히루마 답지 않게, 대답이 늦다. 그 때문에 오히려 더, 수상하다. 미묘해진 분위기가 무겁다. 쉽게 내려오지 않는 응답에 심장이 더 두근 두근 뛰는 것은 왜 일까, 짧은 침묵을 견디기가 힘들다, 다시 한 번, 자신이 생각해도 짓궂게 질문을 던졌다, 겐이 누구냐고.
"관심 꺼라, fuckin' 장남. 네가 신경 쓸 바 아니니까."
돌아온 대답이, 여느 때보다 차갑게 느껴졌다. 잘못 건드린 걸까, 농담이 잘못 된 건가. 그건 둘째 치고, 지금 가슴속에서 울컥 하고 치밀어 오르는 이것을 뭐라고 해야 좋을까, 분노? 왜, 내가 알면 안돼는 건데? 왜 가르쳐 주지 않는 거냐고. 불쾌한 감정에 휩싸여, 빈정상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뭐야, 헤어진 애인이라도 돼?"
"아, 너랑 상관없잖아, 빌어먹을 장남."
정말, 나랑 상관없다고?
나와 키스하면서, 그 이름을 불렀는데?
벌떡 일어나, 이제는 자신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 히루마의 앞에 섰다. 그림자가 드리워진 탓인지, 살포시 찌푸려진 얼굴을 들어 시선을 마주친다. 그 입술을 벌려 뭐라고, 분명 거칠게 내뱉어질 말을 입에 담으려는 순간, 한 손으로 턱을 잡고 그대로 입을 맞추어 버렸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아까 왜 콘고 아곤이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다.
그도, 듣기 싫었던 것이다. '남의 일' 이라는 말이, 신경 끄라는 그 말이. 동시에, 이제야 좀 명확해졌다.
요 근래 나를 괴롭히던 모든 것들. 이상한 망상, 부실에서 내가 취했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그에 대한 생각, 답을 갈구하게 되는 질문, 그리고 가슴을 짓누르는 고통까지.
히루마에 의해 밀쳐진 쥬몬지는, 기존에 서 있던 자리에서 두 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얼굴이 붉어져서는 당황한 기색을 잔뜩 보이는 히루마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한 치의 떨림도 없는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좋아한다."
아, 멍한 표정. 이 표정도 처음 본다. 고백에 대한 응답에 별 기대하지 않고, 쥬몬지는 그저, 히루마의 반응에 약하게 웃었다. 지금껏 이유도 모른 채 아파왔던 심장이 보다 더, 상쾌하게 두근대는 것 같다. 이게 정답이었구나. 그의 녹 빛, 두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당당하게 마주쳤다. 그러고 보니, 콘고 아곤은 라이벌이었던 셈인가.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대답 없는 히루마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평정심을 되찾은 듯한 히루마가 입 꼬리를 살짝 올리고 평소와 같이 웃었다.
"너, 세븐스타 피지?"
갑자기, 왜 관계없는 이야기? 순식간에 뒤바뀐 분위기에, 쥬몬지는 살짝 당황하여 어설프게 고개만을 끄덕였다. 애초에, 오늘 동아리 실에 오게 된것도 세븐 스타, 때문이고.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노트북을 접더니 몸을 일으킨다. 노트북을 왼쪽 팔에 끼고, 문을 향해 그저 발을 옮긴다.
어, 어이!! 당황한 쥬몬지가 히루마를 불러 세우자, 히루마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던졌다.
"세븐스타 피는 놈은 싫다."
히루마를 붙잡으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쥬몬지를 나 몰라라, 뒤로 하고. 히루마는 바지 주머니에서 무설탕 껌을 한 개 꺼내 씹으며 바쁘게 걸음을 놀렸다.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걸었다.
-fin
이 편부터 세븐스타가 장편이 될 것이라는 게 확정되고..^_ㅠ 그나저나 지금봐도 마지막이 너무 맘에 안드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앙 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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