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웨인은 눈이 부실 정도의 환한 조명 아래에서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입가를 떠나지 않는 웃음이 너무 예뻐서, 그가 진심으로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냥 좋았다. 이런, 슈퍼맨이 여기까지 오다니 영광인걸요. 놀란 얼굴을 하며 인사를 위해 자신의 뺨을 가져다댄다. 짧디 짧은 그 순간에 오로지 슈퍼맨만 들을 수 있는 작고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왜 온 거야. 단 두 마디의 말에서도 짜증 섞인 배트맨의 목소리가 확연하게 느껴져 슈퍼맨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고담의 황태자께서 초대해주시는데 오지 않을 수 없죠. 부러 신경을 긁는 멘트를 선택했음에도 브루스는 입술을 끌어올려 웃었다. 그 하늘색 눈이 다소 따갑게 느껴졌지만 별 문제는 없었다. 그저 달콤하게 웃는 그의 얼굴이 좋아서, 자신의 행동에 조용히 짜증내고 있는 그가 좋아서, 슈퍼맨은 그의 곁에서 하하 하고 크게 웃었을 뿐이다.
가로등 빛 하나 없는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더욱 까만 그의 뒷모습을 쫓았다. 평범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력에 구애받지 않는 듯한 몸놀림으로 건물 사이를 누볐다. 뒤에서 펄럭이는 검정 망토는 그를 밤하늘과 하나가 된 것처럼 보이게 했다. 배트맨은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도 슈퍼맨이 일정한 간격으로 자신을 따라올 것을 알았다. 손목의 장치를 통해 건물 구조도를 확인하고 앞서 회의했던 내용을 상기시키려 떠드는 입술이, 건조한 공기 탓에 바짝바짝 말라 보인다. 슈퍼맨은 가볍게 그의 뺨을 잡고 입을 맞췄다. 듣기 좋은 목소리가 일순간 멈추고 타액이 섞이는 야한 소리가 난다. 지금 제 정신이냐고 타박하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등장할 타이밍인데도 묘하게 조용하다. 슈퍼맨의 입술이 저에게서 떨어지자마자, 그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다시 작전을 읊는다. 슈퍼맨은 그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알기 위해 투시를 할 필요도 없었다. 카울 아래의 창백한 뺨에 교묘하게 도는 붉은 빛이 굳이 슈퍼맨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게 만든다. 슈퍼맨은 다시 그에게 몸을 빠짝 붙였다. 오늘 일이 빨리 끝나면, 웨인저에 가도 될까? 단단한 케뷸라 건너에서 작은 북이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건물을 향해 훌쩍 뛰어내리는 그의 펄럭이는 망토 뒤로,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가장한 짤막한 대답이 들렸다. 봐서. 짤막한 그 내용에 슈퍼맨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슈퍼맨은 하얗고 탄탄한 그의 등에 얼굴을 문질렀다. 온갖 흉터가 모인 등은 사뭇 거칠 것 같지만 결이 좋은 피부는 부드럽다. 허리를 감싸 안은 팔에 살짝 힘을 주니, 빠져나가려던 몸이 하릴 없이 다시 품에 안겨온다. 너 안자는 거 알아. 제대로 쉬지 못한 탓에 잔뜩 잠긴 목소리가 섹시해서 슈퍼맨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말한다. 그럼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도 알겠네? 허벅지로 그의 다리를 얽어 조금의 틈도 없이 그에게 달라붙었다. 제발. 날 죽일 셈이야? 한숨 섞인 그의 대답에 슈퍼맨은 못 들은 척 그의 복근과 가슴팍을 만져댔다. 만질 수 있다면 끈적거릴 거 같은 신음이 서서히 그의 입에서 뚝뚝 떨어져 나온다. 브루스, 너무 섹시해. 브루스는 대답은 하지 않고 그의 손을 자신의 은밀한 부분으로 이끌 뿐이었다. 10시에 회의 있어, 그 전까지 끝내. 외설스러운 신음과는 너무도 다른 온도차의 내용을 내뱉는 그 입술을, 슈퍼맨은 용서할 수 없었다. 남자다운 그의 목줄기를 쓸며 얼굴이 뒤를 향하도록 했다. 그 입에 진득하게 키스하면 입은 순순히 열리고 뜨거운 혀가 슈퍼맨을 맞이한다. 그의 혀와 입술을 뜨겁게 몰아붙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꾸며내어 말했다. 슈퍼맨은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야? 난 오래가기로 유명하다고. 묘한 한숨 같은 것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다. 너야 말로, 날 우습게 보지마. 난 배트맨 이라고. 그 말에 슈퍼맨은 그를 끌어안은 그대로 웃었다. 그래, 무뚝뚝하고 섹시하고 가끔은 난잡한 나의 배트맨이지. 내가 어떻게 널 이기겠어. 그 말이 싫지는 않은 듯 브루스가 몸을 돌려 슈퍼맨의 가슴팍에 파고들었다. 머리가 나쁘지 않아서 좋네, 나의 보이스카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