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모르는 어렸을 때, 브루스는 알프레드가 만들어 놓은 마카롱을 먹고 싶은 마음에 한밤중에 부엌을 침입했던 적이 있다. 어둡고 조용한 복도를 걸어 무시무시한 괴물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시계를 지나, 눈부신 샹들리에마저 조용히 잠든 홀을 넘어 두려움과 긴장감에 쿵쾅쿵쾅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부엌에 도착했었다. 평소에 부엌을 들락날락한 경험은 없었지만 알프레드는 그곳에서 항상 맛있는 음식들을 가져다주었다. 물론 가끔은 완두콩이 들어간 스프와 같이 반갑지 않은 요리들도 있었지만, 동시에 맛있는 화이트 초코 크렌베리 쿠키나 색색의 예쁜 마카롱, 과일이 올라간 상큼한 타르트가 나오는 곳도 부엌이었다. 그래서 브루스에게 부엌은 조용하고 비밀스럽고 달콤한 것이 가득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어린 그에게 한없이 커다란 문을 간신히 열고 들어간 부엌은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고 어두웠다. 브루스는 혹시라도 부모님이나 고용인들이 깰까봐 전등불을 켤 생각도 하지 않고 벽을 손으로 짚어가며 부엌을 뒤지기 시작했다. 부엌에 놓인 테이블과 낮은 의자에 어깨나 무릎이 부딪히기도 했지만 그때는 아픈 줄도 몰랐다. 단지 부딪히는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혹시라도 부모님이 깨어나실까 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입을 막았을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조심조심 다가가 냉장고에 다다랐다.
기대감에 부푼 마음을 안고 냉장고문을 열었을 때, 브루스를 맞이한 것은 예쁜 파스텔 톤의 달콤한 과자가 아니라, 주홍빛의 냉장고 조명아래 기괴하게 빛나는 손질이 덜된 생선의 몸뚱이였다. 브루스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아버렸다. 놀란 마음에 아까 다쳤던 무릎과 어깨가 아파오면서 서러움이 몰려왔다. 컴컴한 부엌에서 혼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울던 브루스를 발견한 것은 결국 알프레드였다. 잉잉 울면서 제대로 말도 못하는 그의 말을 용케 알아들어 무릎과 어깨를 살피고, 우는 브루스를 달래기 위해서 그는 찬장에서 내일 아침 디저트로 준비된 마카롱을 하나 꺼내주었다. 어린 브루스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달콤한 그 과자를 깨어 물었다. 눈물 젖은 마카롱. 환한 전등 아래에서는 분홍빛으로 보일 그 마카롱은 알프레드의 손에 의해 켜진 부엌의 조명에 의해 옅은 주홍색으로 보였다. 입안에 퍼지는 향긋하고 달달한 맛에 브루스는 볼에 그어진 눈물 자국도 닦지 않고 그 과자를 단숨에 삼켰다. 입 안에서 작게 부스러지는 과자와 촉촉하고 달콤한 크림은 꿈처럼 행복했다. 욱신거렸던 어깨와 무릎도 어느새 아프지 않았다. 알프레드가 약을 발라준 덕분인지 마카롱을 먹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알프레드로 인해 그날 밤 부엌으로 떠난 브루스의 첫 번째 모험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다.
다음날, 늦은 밤까지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녔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꾸중을 듣게 될까봐 잔뜩 움츠러들어 있던 브루스는 아무런 혼이 나지 않았다. 알프레드는 부모님께 전날 밤에 부엌에서 벌어진 작은 소동에 대하여 아무런 말도 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덕분에 브루스는 여느 때와 같이 부모님과 맛있는 음식을 먹은 뒤에, 디저트로 자신의 접시에 오른 분홍색의 마카롱을 볼 수 있었다. 작은 손으로 살며시 마카롱을 들어 올려 행복하게 한입 가득 깨물며 알프레드를 올려다봤을 때, 알프레드는 그를 향해 다정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브루스는 입안에 부드럽게 퍼지는 달콤함을 느끼며 그에게 환한 미소를 돌려주었다. 그리고 그때 브루스는 알프레드가 언제나 자신의 완벽한 친구가 되어줄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