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히루] 세븐스타1
갑자기 쥬몬지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애정이 솟구쳐서 쓰게 된 연작입니다ㅠㅠ 으아니 손고자가 연작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일년이 넘게 붙잡고 있는데도 완결을 못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_^
무사히루 베이스에 쥬히루 입니다:)
지나치게 파란 하늘에, 슬쩍 짜증이 밀려왔다. 쓸모없이 날씨도 좋고 요 근래 계속해서 내린 비로 축축했던 습도도 오늘은 내려갔는지, 상쾌하기 짝이 없다. 괜히 기분이 불쾌해져서 자신이 사랑하는 담배인, 세븐 스타 한 대를 꺼내 덥석 물어버렸다. 자연스러운 연속 동작으로 라이터로 불을 붙이며 한껏 담배 향을 들이키고 나서는, 하늘을 향해 잔뜩 내쉬어 버렸다. 구름처럼 잠시 뿌옇게 하늘을 가리던 것이 금세 안개처럼 사라진다. 쳇, 하고 불평을 내뱉은 뒤 다시 한 번 하늘을 더럽히는 만행을 저지르려는 차에, 저 멀리서 몽둥이를 들고 순찰하는 학주가 보여 재빨리 몸을 감췄다. 수업도 끝났는데 퇴근도 안하고 저게 뭐냐, 불만이 앞서지만 일단 담배를 걸려서는 안 된다. 걸리기라도 하면 활동 정지를 먹어서 시합에도 나갈 수 없게 될 테니까. 시합 정지를 먹으면 그 동안 나름 열심히 했던 연습량도 아깝고, 무엇보다 생명이 위험하다. 미식축구 동아리에는 '악마' 가 있기 때문에.
학주의 눈치를 힐끔 살피던 쥬몬지는 슬쩍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발걸음을 옮겼다. 심심한데 동아리 실이나 가볼까, 지금 시간이면 이미 연습 시간은 지났으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동아리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카지노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주머니의 동전을 짤랑거리며 너덜너덜 동아리 실로 향했다.
왜 혼자 이런 꼴이 된 건지 모르겠지만, 평소에는 지겨워도 떨어지지 않던 두 녀석이 없으니까 의외로 적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럽게 만화를 좋아해서 알 수 없는 말을 가끔 중얼거리던 녀석은, 며칠 전부터 들떠 있더니 그토록 원하던 굿즈가 나왔다며 엊그제 밤부터 이상한 상점 앞에 죽치고 앉아있는 모양이다. 같이 가자는 권유는 사뿐히 무시해주었고. 또 다른 녀석은 몇 번 문자를 주고받은 여자가 관심을 보인다며 크게 기뻐하다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데이트 한다며 달려 나가 버렸다. 저렇게 뛰면 아이실드 21을 따라 잡을 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생각을 멍청하게 하다가 덩그러니 혼자 남아 버렸다. 보통 때 같으면 항상 바쁘거나 여자들한테 (그나마) 인기가 있는 건 자신인데, 지금 꼴은 영락없이 왕.따.
게다가 이상하게 날씨까지 좋은 이런 날 혼자 남아 버린 것은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 괜스레 기분이 나빠진다. 때문에 옥상에서 뻑뻑 담배를 피고 혼자가기 싫은 훈련은 땡땡이를 치고 할 일 없이 두런두런 학교 근처를 당황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스스로의 인간관계도, 생활도 굉장히 궁핍한 녀석이라는 느낌이다. 동아리의 '악마'에게 받을, 훈련의 땡땡이에 대한 응징이 살짝 두렵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상하게도 별 걱정이 되지 않는다. 긍정적인 건지 앞으로의 대한 생각이 없는 건지.
동아리의 선도부 선배가 본다면 기절할지도 모르지만, 그에 대한 생각마저 간단하게 접어버리고 쥬몬지는, 담배를 입에 문채 당당하게 동아리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동전을 짤랑이며 당당히 들어간 동아리 실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생각을 뒤집듯, 당연하다는 듯이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노트북을 앞에 두고, 의자에 기댄 그 사람은.. 쥬몬지는 그 정체를 알게 되자마자 저절로 발이 문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것을 용케 멈추었다. 노랗고 삐쭉 삐쭉한 머리칼하며, 약간 사납게 치켜 올라간 눈썹은 '악마' 다. 악마, 히루마 요이치.
그제야 훈련을 떙땡이 친 것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며 재빨리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신발 밑창에 문질러 꺼 버리고 문 밖으로 서둘러 던져버렸다. 자신 주변의 공기를 휘휘 저어 희석시키려던 쥬몬지는 약간의, 위화감을 느낀다. 왜, 총을 쏘지 않는 거지? 그제야 쥬몬지는 천천히, 앉아있는 히루마에게 다가갔다. 혹여나 바지 주머니의 동전 소리가 시끄럽다고 할까봐 주머니를 손으로 꼭 쥔 채, 발소리도 죽이고 조심스럽게 다가간 쥬몬지는 경악-, 했다.
히루마는 의자에 나른하게 기댄 체,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그렇지, 제아무리 악마라도, 인간이니까 자는 구나. 라는 이상한 생각을 스쳐하고는 난생 처음 보게 된 장면에 한 쪽 눈썹을 살짝 찌푸린 체 조용히 그를 쳐다봤다. 평소에 이렇게 쳐다보는 것은 절대 무리, 이기 때문에 흔하게 볼 수 없는 귀중한 광경이었다. 보는 순간에도 갑자기 눈을 뜨기라도 한다면 분명 한 바탕 총알 세례를 받고 말테지만, 악마가 자는 모습은 정말 의외였기 때문에, 쥬몬지는 동아리 실을 빠져나갈 생각 없이 조용히 서서 눈만 깜빡였다.
그렇게 운동을 많이 하는데도, 의외로 얼굴이 하얗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색은 금빛, 분명히 염색일 것이다. 이러한 환한 금발을 일본인들 중에선 절대 볼 수 없겠지. 자는 중에도 여전히 치켜 올라간 눈썹이 악마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것 같아서 혼자, 씨익, 미소지어버렸다. 정말 한 성격하지, 지금은 꽤나 즐기고 있지만 사실 귀찮을 법도 한 이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된 것도 다 이 악마의 협박 때문이고. 다시 생각해보니 굉장히 부지런하다, 엄청난 사람들의 약점을 모으고 때로는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 미끼를 던지기도 하고. 약점 없는 사람은 심지어 약점을 만들기 까지 한다. 게다가 따로 선생님이 없었던 동아리 활동을 총 감독하는 것도 히루마, 이 악마가 맡아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트레이닝 이라든지 체력 관리, 교육을 맡은 것은 물론이고 상대팀의 전략 분석, 경기 중에는 총 지휘까지.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2학년짜리가 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게다가 선수로 자신조차 뛰고 있으면서.
도저히 혼자 소화할 수 있을 양이 아니잖아. 굉장한 인물이었군, 머리를 끌쩍였다. 동시에 쥬몬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 매혹적이어서 이토록 스스로를 혹사시키면서 이 스포츠를 유지하는 것일까. 분명 꽤 재미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없던 부마저 만들어서 규칙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끌어와 교육시켜 인원을 채우고. 처음부터 동아리 있는 스포츠나, 유명한 스포츠를 했으면 좋았을 것을. 아무튼 간에,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보기와는 달리 뜨거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토록 격하게 활동을 하니까 이렇게 조는 것은 당연하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에 못 본 것은 체력이 강한 탓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 눈을 크게 의식해서 일까?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복잡한 글자들과 그래프가 떠있는 노트북 화면을 슬쩍 보고는 다시 히루마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속눈썹이, 길다, 라고 무미건조하게 생각해 버렸다. 물론 열심히 화장하고 꾸미는 여자들에 비해서는 아닐지 몰라도, 남자치고 이정도면 꽤나 길다. 굳게 다물어진 입술은 살짝 붉은 기운이 감돈다. 평소엔 하도 포악한 표정만 지어서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무서운 얼굴은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꽤 섬세하게 잘생긴 얼굴이다. 성격이 못되지만 않았으면 주변에 꽤 인기도 많을 법한.
잘 때도 무척이나 얌전하게 잔다. 너무도 정적으로 자는 탓에, 뭐랄까, 산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볼을 만졌다. 의도를 알 수 없는 자신의 행동에 놀라기도 전에 일반적인 사람의 체온보다 낮은 듯한 그의 체온에 살짝 놀랐다. 어디 아픈가, 정말 죽은 거 아냐??
한쪽 손을 벽에 기대고 몸을 조금 낮추어 얼굴을 좀 더 가까이 보았다. 손을 가져다 댄 살결은 의외로 부드럽다. 피부도 좋은 편이라 매끄럽고. 눈꺼풀을 조심스레 만져보니 속눈썹이 살짝 간질이는 게 기분이 묘해졌다. 숨을 쉬나, 잘 뻗은 콧날을 따라 손을 내려가다가 예쁜 색을 띠고 있는 입술까지 손이 닿았다. 촉촉, 하다. 굉장히 부드러운 게, 값 비싸고 질 좋은 비단의 촉감이 이럴까, 싶고. 너무 연해서 입술에 손을 데고 있는 스스로의 거친 손이 미안해질 정도이다. 문득, 과거에 키스해봤던 여자애의 입술이 떠올랐다. 분명 그 아이도 이렇게 입술이 부드러웠던 것 같다. 아니 그 여자애보다 더 촉촉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키스를 했더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무척이나 떨렸던 것만은 기억난다.
마치, 지금처럼.
입술과 입술이, 닿았다. 심장이 쿵, 하고 바닥까지 내려앉는다. 이미 손으로 만졌을 때 알았지만 정말 부드럽고 말랑한 게, 도저히 입술을 뗄 수 없다. 녹아 버릴 거 같이 달콤하다. 조금만 더, 살짝 벌어진 틈으로 입술보다 붉은 혀가, 유혹하는 듯해서 도저히 놓을 수가 없다. 분명 입술보다도, 뜨겁고 달콤할 것이다. 미치도록 탐이나, 견딜 수가 없다. 한 손으로 살짝 뺨을 붙잡고 좀 더 입술을 벌렸다. 벌어진 입술사이로 혀를 집어넣었다. 약간은 강한 접촉에 히루마의 감은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 탓에, 쥬몬지는 겨우 이성의 끈을 다잡고 재빨리 입술을 떼어냈다. 그제야 쥬몬지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서둘러 뒤를 돌아 동아리 실을 빠져나가려는 데, 잠에서 미처 깨지 못한 탓에 안개처럼 흐릿한 히루마의 목소리가 얕게 들렸다.
"...겐..?"
그 목소리가 흩어져 버리기도 전에 쥬몬지는 동아리 실을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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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거 같다. 동아리 실에서부터 줄 곳 달려 운동장의 끝부분까지 도달했다. 갑작스럽게 너무 빠르게 달린 탓에 종아리가 당겨온다. 제자리에 우뚝, 서서 숨을 가다듬었다. 상기된 얼굴은 아직도 뜨겁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붉어진 얼굴을 양손으로 훑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잠시,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하다. 이상하게 하루 종일 기분이 묘했던 탓에, 게다가 평상시에는 볼 수 없는 악마의 무방비한 모습을 보게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그의 입술이 지나치게 부드러웠기 때문에.
너무 격하게 뛰어서 아프기 까지 한 심장을 손으로 짚었다. 큰 두근거림은, 아직도 잡히지 않는다. 멀리, 작게 보이는 동아리 실을 응시했다.
악마는, 아니 히루마는 잠에서 일어났을까. 혹시, 키스, 한 것이 나라는 걸 알아채진 못했겠지.
...겐, 이라고 했었나.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또 다시 심장이 아프게 뛴다.
왜일까, 정말 이상한 기분이다. 쥬몬지는 스스로 자신의 이마를 찰싹, 때린다. 다시 빠른 발걸음으로 교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날이다.
-fin
그 삼돌이들이 피던 담배가 세븐 스타 였어요, 그 일본 담배...
왜 맘에 들죠 이름은 조금 유치한거 같기도 하지만 u//u 무사시도, 같은 걸 피고 있다는 생각에 버닝해버림다 하앜 같은 냄새가 나면, 착각 할 수 있잖아요 잉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