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전] 숲뱃 소설본 홍보입니다
1월 14일 숲뱃 교류전 참가로 판매될 소설입니다
교류전 이외에도 구매가능한 통로를 열어둘 예정입니다
<구간> '스몰빌의 휴일' -10,000
* 책 사양 *
크기 : a5
수위 : 19세 미만 구독 불가
분량 : 150쪽
출력 : 떡제본
주의사항 : 히어로가 없는 세계관입니다. 클락이랑 브루스 둘 다 평범한 사람입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 노팅힐 모티브 입니다.
브루스의 구남친으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거부감 있으신 분들은 피해주세요ㅠㅠ
샘플:
(중략)
(후략)
<신간> '그는 나의 동쪽' (가제) - 10,000
크기 : a5
수위 : 19세 미만 구독 불가
분량 : 136쪽
출력 : 떡제본
주의사항 : 영화 <돈 오브 저스티스> 세계관입니다
그 뒤에 슈퍼맨과 배트맨이 사랑하는 내용이에요<
샘플 :
숲을 걷고 있었다. 너른 평지가 아니라 경사가 있고 거친 풀이 마구잡이로 자라난 돌바닥이었다. 길은 갈수록 사람이 다니기 힘든 형태로 변하였다. 결국 절벽과도 같은 돌바닥에 다다랐을 때엔 벽에 등을 대고 한참을 주춤거리며 걸어야 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위험한 절벽 중간에는 몇 사람이 겨우 서 있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 공간은 동굴로 이어져 있는데, 입구가 커다란 바위로 막혀 있는 모양이었다. 조심스럽게 바위를 움직이려는데 옴짝달싹하지 않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반드시 그 바위를 치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는 양팔 가득 힘을 주어 돌을 치우기 위해 노력했다. 더운 땀이 목을 타고 흐르고 손바닥에도 땀이 고였다. 물기어린 손을 옷에 대강 닦고, 한바탕 숨을 몰아쉰 그가 다시 한 번 시도할 참이었다. 아무리 움직여보려고 해도 꿈쩍하지 않던 커다란 바위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문처럼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다. 바위가 열리는 틈새로 눈을 멀게 할 것만 같은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손등으로 눈을 가리는 그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브루스!'
브루스 웨인은 눈을 뜨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눈앞을 가리던 새하얀 광채는 어느새 익숙한 침실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른 새벽의 어둡고 컴컴함에 젖어있는 침실 안에서 홀로 깬 그는 마라톤을 하고 난 것처럼 거친 호흡을 몰아쉬었다. 크게 움직이는 가슴팍을 쓸어내리며 브루스는 테이블로 손을 뻗어 와인 잔을 찾아냈다. 와인 잔을 잡는 손은 꿈에서처럼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단번에 와인 잔을 비우고 길게 한숨을 내쉰다.
벌써 일주일째 같은 꿈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꿈에서 깬 것이 6번은 넘었다는 소리다. 지겹게 헤맨 숲속의 길이 익숙해질 정도였다. 알 수 없는 장소를 한참이나 걸어, 바위를 치우려고 애 쓰는 행동은 꿈에서 일어난 일이라 해도 실제로 힘을 쓴 것 마냥 힘들었다. 반복적인 꿈이 이상하게 느껴져 혹시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 번 검사도 했다. 결과는 깨끗했고 그것을 지켜본 알프레드만이 “새벽잠이 없어지신 걸 보니 도련님도 나이가 드셨나봅니다,” 라고 놀렸다. 브루스는 잠조차 편히 잘 수 없는 스스로를 원망하며, 이미 발끝까지 달아난 잠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천천히 몸을 다시 누이려던 순간이었다.
그의 전화기가 낮게 울렸다. 아침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먼 새벽에 브루스에게 전화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그 전화기는 무척이나 사적인 용도에만 사용되는 것이었다. 밝고 화려한 곳의 '웨인'이 아닌,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생을 위한 것. 때문에 그 번호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한 손 안에 꼽을 수 있었다. 가족을 제외하고 최근에 추가된 사람은 다이애나와 로이스, 그리고….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브루스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마사? 무슨 일이죠?”
전화기 건너편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누군가의 떨리는 한숨 소리만이 아주 연약하게 건너왔을 뿐. 다시 한 번 전화기의 화면의 이름을 확인한 브루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그는 재빠르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마사 켄트, 괜찮습니까? 혹시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 브루스…
건너편에서 돌아온 것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슬픔에 파묻혀, 몹시 떨리는 그 목소리엔 틀림없이 눈물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브루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아직까지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었다. 그러나 발바닥에 닿는 차가운 바닥의 감촉은 이곳이 현실임을 일깨워준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착각한 것이 아닐까. 차라리 환청을 들었다고 치부하는 것이 설득력 있을 목소리였다. 그건 들릴리 없는 소리였다. 왜냐면 그는,
- 엄마가…. 쓰러지셨어요, 브루스.
그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전화기 건너편에서는 몇 달 전 장례식을 치룬 클락 켄트의, 죽은 슈퍼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략)
곱게 빗은 회색빛 머리칼을 양 어깨위로 늘어뜨린 그녀는 그저 눈을 감고 잠에 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잠을 자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몰빌의 집 근처에서 쓰러진 마사는, 정체모를 사람의 호의로 근처의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응급조치를 취했음에도 깨어나지 못한 탓에 더 커다란 병원으로 이송되어야 했다. 지금은 브루스에 의해 고담의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지만 아직도 의식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힘없이 늘어진 손과 팔뚝에는 여러 개의 바늘이 꽂혀 있었고, 아직 마사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건 무뚝뚝한 기계음뿐이었다.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독방에서 유일한 소리이기도 했다. 브루스는 손을 뻗어 링거의 속도를 조금 더 느리게 조절했다. 몇 달 만에 보는 마사의 얼굴은 무척 수척했다.
클락이 죽은 뒤, 브루스는 몇 번이나 스몰빌에 갔다. 클락 켄트의 무덤 앞에서 한참을 생각에 빠져있을 때도 있었고, 홀로 있는 마사가 걱정되어 그녀를 보러 찾아가기도 했다.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그녀에 대한 부채감 때문인지, 어릴 적 떠나보낸 어머니와 이름이 같기 때문인지, 확실한 이유는 모른다. 브루스는 마사에게 자신과 직접 통화 수 있는 번호를 알려주고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클락의 죽음으로 아픔을 겪었을 마사를 위한 조치였다. 그녀도 브루스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그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아주 잠시 동안.
장례식으로부터 삼주정도 지났을까.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금까지 먼저 연락을 한 적이 없는 마사가 브루스에게 처음으로 한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싶어 도와주려고 하는 브루스에게 마사는 단호했다. 지금까지 고마웠다고, 이제 그의 도움이 없어도 된다는 메시지였다.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고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는 브루스의 말에도 그녀는 다소 차갑게 선을 그었다. 그리고 그녀가 덧붙인 말을 들은 브루스는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 없게 된다.
‘당신을 보면 계속 내 아들의 죽음이 떠올라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브루스에게 마사는 당신이 하는 일을 언제나 응원한다고 했다. 한참이나 말이 없는 브루스가 마음에 걸렸는지, 틀림없이 그의 부모님도 응원하고 있을 거라고, 단지 너무 위험하게 살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며 전화를 끊었을 때, 브루스는 눈이 따가울 정도로 천천히 깜빡였다.
마사의 위로는 무척이나 상냥하고 가슴 아픈 것이었다. 부모님을 잃고 영웅이 되어야 했던 아들에게, 영웅이었기 때문에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전하는 말.
그녀의 하나뿐만 가족을 떠나보내는데 일조했다는 죄책감은 여전했지만,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마사를 괴롭힐 수는 없었다. 자신이 죽은 아들의 기억을 반추하게 한다면, 순순히 그 앞에서 사라져 줄 것이었다. 브루스는 그녀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통화를 끊으며, 브루스는 다시는 그녀를 마주하기 힘들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완전히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사람을 보내 마사의 상태를 보고 받았다. 아들이 떠난 뒤 그동안 우울함에 잠겨있던 마사가 부쩍 회복한 것 같다고,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소식에 안심했었다. 그 이후로는 리그를 구성하고 관리하느라 바빠 조금은 소홀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마사는 건강에 문제가 생겨 쓰러졌고, 그의 죽은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언제 아들을 되찾았던 것일까.
자신과의 연락을 그만두었을 때, 혹은 그 이후. 분명한 것은 클락 켄트가 돌아왔고, 마사의 곁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받는 중이었음에도 브루스가 알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클락이 돌아온 것을 비밀로 하고 있었다는 것이 짐작 가능했다. 가능하다면 계속 비밀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루스에게 연락을 했던 것은 마사가 의식을 되찾지 못한 탓이 분명했다.
연락을 받은 브루스가 켄자스의 작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사에게 조치를 취한 의사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그녀를, 우연히 길을 지나다 마주친 어떤 남자가 데려왔다고 한다. 인적 사항을 파악하기 전에 빛처럼 사라진 그 남자덕분에 쓰러진 마사가 적당한 시간에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마사에게는 좀 더 섬세하고 정밀한 환경이 필요했다. 클락이 브루스에게 연락을 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녀를 도와줄 마사 켄트의 가족들은 공식적으로 모두 사망한 상태였으니까.
그래서 브루스가 그녀의 가족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별 문제가 아니었다. 단지 신경이 쓰이는 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의 귀환이었다. 브루스는 병실의 문을 활짝 열었다. 복도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하다. 높다란 병원의 최고층에 위치한 이 병실의 환자에게는 중요한 안정이 필요하다면서 층을 통째로 비워놓았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 환자가 아니라 그 환자의 유일한 가족을 위해서. 브루스는 허공에 속삭인다.
“이제 그만 나와. 클락 켄트.”
그저 읊조리는 것 같은 작은 목소리였으나 빈 복도를 울려 메아리친다. 시선을 돌려 묘하게 흐린 창밖을 쳐다보니 뒤에서 아주 작게, 옷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마사는 아니다. 그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알았어요?”
“네가 어머니를 걱정하고 있을 거란 건 당연하니까. 온갖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다면서? 나에겐 '슈퍼비전'이 없지만 그 정도는 알 수 있어.”
“재밌는 이름이네요. 특허라도 내는 게 어때요?”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는 목소리에는 조금의 기력도 남아있지 않다. 제멋대로 자란 수염과 잔뜩 흐트러진 머리를 후줄근한 후드로 가리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서 예전과 같은 패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잔뜩 지치고 힘든 목소리, 얼마나 울었는지 눈은 벌겋게 충혈된 상태에, 육안으로 봐도 뺨이 거칠어져 있었다. 누가 이 남자를 보고 세상에서 두려울 것 하나 없는 강인한 사내라고 하겠는가. 하늘에서 신처럼 강림했던 남자는 그저 가족을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나약한 청년에 불과했다.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은 생소한 모습에, 추궁에 가까운 질문들은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춘다.
“제가 없을 때 엄마를 많이 도와주셨다면서요, 고마워요. 병원에 머무를 수 있게 해준 것도….”
“감사를 받으려고 한 거 아냐.”
“알고 있어요. 그래도.”
죽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작게 이어진 클락의 씁쓸한 말에 브루스는 할 말을 잃었다. 브루스는 그에게 많은 것을 물어야 했다. 그는 브루스에게 그간 있었던 모든 것을 설명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브루스에게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브루스가 몸을 돌려 복도를 나갔다. 클락은 마사의 머리맡에서 몸을 수그렸다. 작게 웅크리고 그녀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며 머리칼을 만져본다. 브루스는 좀 더 걸어 병실에서 몸을 떨어뜨렸다. 지금 아들에게는 어머니와 단 둘이 보낼 시간이 필요했다.
(후략)
수량조사는
에서 받고있습니당 감사합니다